강훈ㅣ나자인 사장
    ‘시나리오 경영’ 펼치는 CEO... 세련된 감각 & 노련미 겸비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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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5.01조회수 2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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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훈ㅣ나자인 사장
    1990~1998년 LG패션 마케팅팀
    1998~2001년 LG패션 「닥스」 라이선스팀
    2002년~2008년 LG패션 「제덴」 사업부장
    2008년 나자인 전무
    2009년 나자인 부사장
    2011년~현재 나자인 사장

    여행 캐리어의 대표주자 「만다리나덕」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가방만으로 판매가기준 8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일으킨 「만다리나덕」이 토털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의류와 슈즈, 잡화까지 패션 토털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꾸밈없이 담백한 대답으로 대화를 잇는 강훈 나자인 사장. 그는 “패션 브랜드를 건강하게 오래 가꾸려면 ‘신뢰’와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 당장 겉으로 드러나는 예산경영에 신경 쓰기보다 장기적인 시나리오 안에서 차근차근 다음 스텝을 내딛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노란 오리’로 대변되는 「만다리나덕」은 강훈 사장의 말처럼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 2008년 강 사장이 나자인의 전무로 입사한 시기부터 지금까지 큰 기복 없이 꾸준하게 성장가도를 달렸다. 지난 2008년 연 매출 30억원을 올린 나자인은 지난해 800억원(판매가기준) 실적을 올리며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160%대의 고성장을 일궈냈다. 영업이익도 2010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놀라운 점은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 90억원대를 4년째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형보다는 가치를 최우선시해 온 강 사장의 브랜딩 전략이 제대로 먹혀 들어간 셈이다. 한발 더 나가 최근 브랜드 토털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등 「만다리나덕」의 지속성장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러기지백 백팩 의류 順… 토털화 본격 가동

    러기지백에서 백팩과 핸드백으로 차근차근 히트 아이템을 늘려오던 「만다리나덕」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의류, 슈즈, 모자 등의 카테고리를 확대하며 브랜드 토털화에 나섰다. 유니크한 여행 콘셉트를 세련되게 표현한 가방 캐리어뿐 아니라 여행 중 보관하기 편한 ‘패커블 아우터’와 베이직한 셔츠, 캡모자, 슈즈 등을 선보였다.

    총 34개 백화점 점포 중 10개의 매장을 복합 구성한 결과 롯데백화점 노원점과 김포점은 리뉴얼 이후 매출이 전년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새롭게 전개하는 의류 · 액세서리가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며 실적 상승에 기여했고, 매장 방문 고객의 증가로 가방 판매율까지 덩달아 늘어나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올해도 복합 스토어를 20개까지 확대하고 패션 아이템 비중을 전체 스타일의 50%로 점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만다리나덕」만의 스타일을 원스톱으로 제안하는 토털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목표로, 아이템 품목 확대와 트렌디한 해외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나자인은 철저하게 시나리오 경영체제다.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시각 안에서 그 해의 계획을 설계한다. 오너와 투자자들 모두 최선의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는 상호 신뢰가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오프라인이 살아야 브랜드는 지속성장 한다”

    브랜드 토털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스토어에 대한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에 들어간다. 4개월 동안의 공사를 거쳐 오는 9월 기존 264㎡의 매장 규모를 3배에 달하는 770㎡로 늘린다. 이곳에서 「만다리나덕」이 디자인한 가방, 용품, 의류 등 총 700개의 스타일을 제대로 선보일 계획이다.

    강 대표가 복합 매장 구성에 힘을 싣는 건 「만다리나덕」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채널 중 첫 번째가 오프라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패션기업에서 올해의 주요 전략으로 온라인 강화를 말하고 있지만 그는 오프라인이 살아야 장기적으로 브랜드가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온라인 시장 규모가 점점 커가고 있지만 온라인만 전개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의 정체성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한다.

    상품 부분도 마찬가지다. 「만다리나덕」은 온라인 전용 상품은 따로 없어도 오프라인 전용 상품 비중이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히트 아이템도 오프라인 매장 위주로 유통하고, 판매 물량이 부족할 경우 온라인에 먼저 솔드 아웃을 알린다. 잘 팔리는 상품일수록 오프라인 위주로 구성해, 고객이 매장에 방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1년차 상품 노세일 유지, 백화점 판가율 97%

    「만다리나덕」이 온라인 홍수의 시대에 자신 있게 오프라인 전용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히트 아이템’ 덕분이다. 스테디셀러 아이템이 세일을 하지 않아도 꾸준하게 판매돼 유통 채널에 상관없이 매출과 고객을 견인하고 있다.



    고객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당해 출시한 상품은 물론 2년차 재고를 판매하는 아울렛 유통채널에서도 스테디셀러 아이템을 노세일로 판매한다. 백화점 기준 「만다리나덕」의 판가율은 97%에 달하며, 트렌드 아이템 위주로 20~30% 할인율을 적용하는 아울렛을 포함하면 판가율이 80% 이상이다.

    히트 아이템과 꾸준한 신상품 출시로 현재 「만다리나덕」이 전개하는 가방 SKU가 500개, 의류와 기타 용품이 각각 100개 이상이다. 이 중에서 지속적으로 베스트셀러 아이템이 나와 브랜드 매출을 이끈다. 실제 「만다리나덕」은 5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마다 스테디셀러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출시했다.

    상품 디렉팅 & 마케팅 감각 뛰어난 경영자

    2014년 S/S 시즌 출시한 ‘로고 덕 캐리어’가 대표적이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 아이템으로 매출을 견인한다. 매 시즌 디테일과 컬러에 변화를 주면서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탈리아 본사 디자인 팀과 국내 디자인팀이 협업해 상품을 출시하는데, 국내에서 「만다리나덕」이 탄탄하게 잘하고 있는 만큼 본사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해 협업한다.

    본사에서 혁신적이고 자유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면 기술력과 디테일을 국내에 맞춰 업그레이드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강 대표는 적극적인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CEO로 평가받는다. 과거 LF패션에서 18년간 근무하며 해외사업팀, 마케팅팀, 잡화라이선스팀, 제덴사업부장을 거친 강 대표는 브랜드의 A부터 Z까지 이해도가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글로벌 소싱 · 토털화 필두로 제2 도약

    그는 디자인과 사람들의 취향에 대한 트렌드를 상품 디테일에 녹일 수 있도록 디자인팀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해외 출장으로 보고 들은 것들을 R&D팀에 수시로 전달한다. 평소 트렌드 변화에 관심이 많은 만큼 지금 밀레니얼 세대가 무엇에 열광하고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에 ‘왜?’라는 물음표를 던지며 깊이 사고한다.

    무엇보다 강 대표의 강점이 드러나는 부분은 마케팅 분야다. LF 마케팅팀에서 7년을 근무하며 쌓았던 역량을 마케팅팀과 적극 소통하며 발휘하고 있다. 「만다리나덕」이 2014~2015년에 마케팅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하며 수혜를 본 것도 강 대표의 감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 지난 2014년에 600억원 매출을 기록한 이 브랜드는 2015년 848억원(금융감독원 공시 기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브랜드 역사상 가장 큰 매출 볼륨을 기록한 해이다. 당시 베스트셀러 아이템이 출시됐고, 반응이 좋자 이를 배우 최지우 등이 출현하는 연예인과 ‘꽃보다 할배’ 프로그램에 협찬하며 큰 시너지를 냈다.



    「만다리나덕」 볼륨화 지양, 밸런스 가치 중시

    브랜드 전 부분을 관할하며 디렉팅할 때 강 대표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브랜드 이미지다. 지금 당장 매출 규모를 확대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것보다, 목표치에 미달하더라도 무리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한다. 패션사업을 오래 제대로 하려면 브랜드 자체를 잘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많은 패션 기업들이 예산 중심의 경영을 한다면, 나자인은 철저하게 시나리오 경영체제다.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시각 안에서 그해의 계획을 설계한다. 최선의 방식을 찾아 가고 있다는 오너의 신뢰가 있어 가능했던 일”이라고 부언 설명을 한다.

    이어 “매출 볼륨과 브랜드 이미지 사이에서 적정한 밸런스를 찾는 게 중요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급격하게 확산하는 것과 목표 매출을 맞추기 위해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브랜드를 현재의 매출(외형)로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 30년 넘게 패션산업에 몸담고 있으면서 외형 위주로 내몰리다 브랜드가 중단된 사례를 숱하게 봐 왔다. 지속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라고 강조하며 “이제 「만다리나덕」은 글로벌 소싱의 경쟁력과 토털화를 필두로 토털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일 계획이다”라고 앞으로 포부를 내비쳤다.









    패션비즈 2019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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