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아|스페이스눌 대표

    es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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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10.01조회수 1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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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으로 보면 화려하고 오픈마인드로 보이지만 한 꺼풀만 벗기면 보수적이고 변화를 싫어하며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패션업계잖아요. 제가 얼결에(?) 입문해서 지난 11년간 고생을 많이 했고, 패션업계에 정보공유가 안된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이에 대한 갈증이 컸습니다. 지식과 정보의 공유가 업계의 수준을 올리는 것이라 믿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제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정아 스페이스눌 대표가 펴낸 <패션MD> 3권의 책이 화제다. 지난 2015년 말 바잉 프로세스와 시장조사를 담았던 1권 바잉편,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브랜드들을 포함해 콘셉트별로 전 세계 주요 브랜드들을 깔끔하게 정리 • 소개한 2권 브랜드편에 이어 꼭 알아야 하는 글로벌 주요 쇼룸을 소개해 준 이번 3권 쇼룸편에 이르기까지 김 대표의 책에는 풍성한 내용이 가득하다.

    사실 수입 비즈니스와 관련된 일을 하는 동종업계 관계자들은 판에 박힌 해외 시장조사 루트와 박람회로 인해 예기치않게 똑같은 상품들을 쇼윈도에 걸었다거나 유명 쇼룸을 장님 코끼리 만지듯 헤매었던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게다가 갈수록 영리해지는 소비자들을 향해 어떤 새로운 브랜드들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대체 어느 브랜드를 어떤 조닝에 그루핑해야 할지 기준이 없어 방황하는(?) 패션 • 유통업계 관계자들에게 이 책은 주옥같은 정보를 전해준다.

    김 대표의 놀라운 점은 아무도 알려 주지 않는 시장조사 방식에서 바잉 비법(?)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경험과 지식, 정보를 기록, 정리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으로 그 내용을 책으로 펴낸다는 사실이다. 1편과 2편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꽤 많은 유통업체에서 단체 구독해 읽었고, 경쟁업체의 직원들과 패션 바잉MD를 꿈꾸는 후진들도 읽었다 하니 이미 그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셈. 전문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이력이 이를 증명한다.





    이번에 결정판으로 나온 3번째 <패션MD> 쇼룸편에는 리카르도 그라시, 마시모 보니니, 마르코나3, 오드르, 투모로 등 속사정을 잘 알기 어려운 유럽의 유명 쇼룸에 대한 내용이 가득 담겨 있어 더더욱 반갑다. 원브랜드 원숍 시대가 가고 모든 브랜드가 ‘편집화’를 고민해야 하는 멀티의 시대, 그 누구에게나 어려운 이 주제에 기본 지침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국내 패션유통업계 관계자들과 수입브랜드, 편집숍의 바이어들, ‘바잉’과 ‘편집’이 절실한 브랜드 기획자들, MD를 희망하는 예비취업자에 이르기까지 발품 외에 뾰족한 ‘공부방법’을 모르는 많은 이들에게 그의 책은 가뭄 끝의 단비다. 김 대표는 서울대 러시아문학 전공과 문학박사라는 이례적인(?) 학력의 소유자로 척박한 국내 패션유통 환경과 주로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편집숍 틈바구니에서 ‘스페이스눌’이란 이름으로 11년간 살아남은 기적(?)의 주인공 이기도 하다.

    ■ 패션비즈 2018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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