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팩토리’로 중국 GO

    홍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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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4.06조회수 5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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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로 또 같이’ 中서 10조 매출 도전

    테일 SPA ‘오렌지팩토리(ORANGE FACTORY)’와 테마형 아울렛 ‘퍼스트빌리지(FIRST VILLAGE)’를 이끄는 전상용 사장과 이남욱 사장이 10년 만에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이번에는 중국 본토 유통 공략이다. 최근 우진패션비즈(대표 전상용)에서 전개하는 ‘오렌지팩토리’가 중국 국부펀드회사인 신다(信達)그룹과 업무 협약을 맺고 중국 유통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오렌지팩토리’는 지난 2월27일 중국 현지에서 신다그룹과 1차로 10억위안(약 1800억원)의 자본금 그리고 향후 10년간 총 2조원을 투자받는 조건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오렌지팩토리’는 상표 사용료 5% 이상의 로열티를 받고, 상표권 외에도 완제품을 독점 수출하며 중국 내 패션 제조·유통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 현지 패션 문화의 판도를 바꿀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의 패션산업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쇼핑몰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그 결과 일명 A급 매장이라고 일컬어지는 백화점을 제외하고 중소 규모의 백화점과 쇼핑몰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오렌지팩토리’가 한국 패션 유통업체 중 처음으로 국내 자본 투자 없이 로열티를 받고 콘텐츠 및 프로세스를 수출하는 것은 이례적인 사례인 만큼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상용 사장, 리테일형 SPA 선두주자로

    이번 중국 진출의 중심에는 전상용 사장이 있다. 전 사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나산의 이월재고를 판매하면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2년 차 재고를 중심으로 기획행사 형태로 판매해 이름을 날렸다. ‘땡처리’로 비하되는 설움도 있었지만 2002년 9월 용인 신갈에 ‘오렌지팩토리아울렛’ 1호점을 내면서 유명 브랜드의 이월재고 물량을 체계적으로 유통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대부분의 디벨로퍼가 임대·분양이나 수수료 형태의 리테일을 개발했지만 전 사장은 재고를 직접 사입해 직영점에서 판매하는 형태를 취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트래드클럽」 「아라모드」 「드레스투킬」 등 이런저런 이유로 사업을 종료한 브랜드의 상표권도 속속 사들였다.

    전 사장은 자체 콘텐츠 없이는 리테일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제조에 뛰어들었다. 지금의 리테일 SPA ‘오렌지팩토리’는 이렇게 태동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오렌지팩토리’는 20여개의 PB(Private Brand: 리테일에서 직접 기획·운영하는 자체 브랜드)를 운영해 경쟁우위를 확보한 리테일러로 성장했고, 이는 이번 중국 투자 유치를 이뤄 낸 핵심 요소가 됐다.



    이남욱 사장, 창고형 ~ 테마형까지 섭렵

    이남욱 사장은 두말할 필요 없는 유통 콘텐츠 프로바이더다. 1980년대 중후반 「리복」 「휠라풋웨어」 등의 이월재고를 처리하는 아세아유통에서 재고 영업을 익히면서 본격적으로 업계에 뛰어든 이 사장은 1995년부터 경기도 곤지암에서 「나이키」 이월재고 매장을 창고 형태로 전개하며 유명세를 탔다. 2005년 9월 이 매장을 ‘오렌지카운티’로 전환해 스포츠와 유명 브랜드 중심의 아울렛 타운으로 리뉴얼 오픈하고 본격적인 아울렛 비즈니스를 펼쳤다.

    ‘오렌지카운티’는 의형제를 맺을 만큼 절친한 전상용 사장과 이남욱 사장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15년 전 돈을 벌면 같이 사업을 해 보자고 한 약속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당시 이곳 1층에는 「지오다노」 「리바이스」 「게스」 「빈폴」 등 A급 브랜드 위주로 MD를 구성했고, 2층은 ‘오렌지팩토리아울렛’에서 직바잉한 재고 의류를 판매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후 2009년 9월 대전점을 ‘자루아울렛’으로 전환해 「나이키」를 중심으로 「푸마」 「리복」 등 스포츠를 비롯 캐주얼과 남·여성복의 유명 브랜드를 구성해 전개하는 아울렛 전문기업으로 승승장구했다. 여기에 2010년 코스닥 상장사인 바이오 기업 이큐스팜의 지분을 인수해 다각도의 사업 전략을 펼쳐 가고 있다.

    국내 최초 테마형 아울렛 ‘퍼스트빌리지’도

    지난해 연말에는 국내 최초의 테마형 아울렛인 ‘퍼스트빌리지’가 2011년 11월 오픈 후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월매출 100억원을 기록해 충남 아산 지역 랜드마크를 넘어 국내 대표 아울렛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곳은 패션 브랜드는 물론 F&B(Food & Beverage)와 문화생활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쇼핑몰로 충남권 주요 거점 도시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1990년대 이전부터 각자 유통 노하우로 사업체를 이끌며 국내 아울렛시장에서 입지를 다져 온 전상용 이남욱 사장은 지난 2005년 ‘오렌지카운티’를 공동 운영한 경험을 더해 이번에 또 한 번 신화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따로 또 같이’ 전략, 즉 ‘오렌지팩토리’와 ‘퍼스트빌리지’ 각각의 운영 노하우에 10여년 전 같이한 ‘오렌지카운티’의 공동 협력 전략으로 중국 본토 점령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두 사람의 환상적인 조합은 각자의 역할을 인정하며 ‘따로 또 같이’ 전략을 현명하게 쓰기에 더욱 힘을 발휘한다. 예를들어 ‘브랜드 통매입’에 대해 돈이 많이 들고 관리가 어렵지만 아울렛 비즈니스에 꼭 필요하다는 전상용 사장의 의견을 이남욱 사장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또 이남욱 사장의 F&B와 코스메틱에 관한 노하우에 대해 전상용 사장은 완벽하게 손을 들어 주고 쿨하게 인정한다.



    ‘오렌지카운티’ 공동 운영 경험 살려 Go~

    우진패션비즈는 올해 11월로 예정된 중국판 ‘오렌지팩토리’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향후 300개 매장 운영에 대한 로열티와 20개가 넘는 PB에 대한 판매수익을 함께 확보하게 된다. 또 테마형 쇼핑몰 구성 및 콘텐츠 부분의 협력사로 참여하는 이큐스앤자루가 의류는 물론 F&B와 코스메틱, 바이오 등에서 핵심 테넌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츠 등 각계각층에는 환상의 콤비들이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버버리」의 디자인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베일리와 경영을 책임졌던 안젤라 아렌츠의 투 톱 체제가 유명하다. 「구치」의 톰 포드와 도메니코 데 솔레, 「루이뷔통」의 마크 제이콥스와 이브 카셀도 명콤비다. 그럼 대한민국 아울렛 유통에서의 대표 콤비는 누구일까? 단연 ‘오렌지팩토리’의 전 사장과 ‘퍼스트빌리지’의 이 사장일 것이다.

    전상용 사장과 이남욱 사장의 대화를 지켜보면 마치 고양이와 쥐 캐릭터의 미국 만화영화 ‘톰과 제리’를 보는 듯하다!? 옥신각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스스럼없이 주고받는 농담에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날카롭게 대립하기도 하는 것이 영락없는 한 편의 ‘톰과 제리’ 단편 만화다. 늘 재미있고 유쾌하게 대하지만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톰과 제리’처럼 옥신각신, but 우리는 동지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오렌지팩토리’ 서울 구의점 사무실에는 독특한 그림 한 점이 있다. 빌딩숲을 빨아들이는 듯한 블랙홀을 표현한 제법 값(?) 나갈 법한 그림. 그림 자체만 보면 꽤 인상적이다. 하지만 오른쪽 아랫부분에 적힌 작품 설명(?)을 보면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퍼스트빌리지 이남욱 대표(에게서) 강탈’이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사연인즉슨 전 사장이 이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들어 오랫동안 이 사장을 졸라서 얻어 낸, 아니 그의 표현대로라면 강탈한 그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듯 보이지만 회사의 전략 방향, 유통 전개 등에 대해 끊임없이 충돌하며 의견을 나눈다. 이런 충돌 과정을 거치며 성공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안과 밖, 또는 거시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 등으로 분야를 잘 나누어 분담하는 것은 혼자일 때보다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미래 환경에서 필수적이다. 든든한 자금 운용과 확실한 콘텐츠 확보도 이들의 강점 중 하나지만 이런 ‘따로 또 같이’ 전략이 중국 비즈니스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패션비즈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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