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비리그 ‘아코메야’로 진화

    조태정 객원기자
    |
    18.05.23조회수 10089
    Copy Link
    요즘 어디서나 말하는 라이프스타일. ‘라이프스타일숍’이라 하면 의식주와 관련되는 상품을 모아 종합적으로 쇼핑할 수 있게 판매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을 말한다.

    라이프스타일의 요소 의식주(衣食住)에서 특히 식(食)문화가 부각되는 추세다. 최근은 인기 어패럴 숍들이 옷뿐만 아니라 식기나 잡화 등 ‘메이드 인 재팬’ 붐 흐름에 편승, 일본의 각 지방에서 나오는 특산품으로 매장을 구성한 상품들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곳이 많아졌다.




    ■ 사진설명 : 긴자본점 외관

    패션 대기업들도 라이프스타일을 종으로 횡으로 확장하며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진화시키고 있다. 그중 사자비리그에서 전개하는 쌀을 주 테마로 한 셀렉트숍 아코메야(AKOMEYA : 직역하면 ‘쌀가게’)의 인기가 뜨겁다. 책이나 문구 • 잡화 • 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하는 셀렉트숍은 많지만 쌀을 테마로 했다는 점이 재미있다.

    쌀뿐만 아니라 식탁에 있어야 할 도구와 조리가 간단한 음식은 물론 커피나 차, 주방에서 쓰는 많은 상품들을 전반적으로 볼 수 있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흥미로운 전국 각 지역의 먹거리 상품들이 많이 진열돼 있다.

    지난 2013년 1호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한 이후 현재 긴자점, 오미야점, 신주쿠 뉴우먼 내부 등 3개의 매장을 운영한다. 올해에는 교토점 오픈에 이어 향후 니혼바시, 치바 지역에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긴자 플래그십스토어에는 매장은 물론 1층 안쪽에서 식사할 수 있는 공간 아코메야 식당도 있다. 아코메야는 30명 직원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사자비리그의 정신이 잘 깃들어 있는 브랜드로 올해 5년 차를 맞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쌀을 테마로 한 ‘스타일리시 식문화’ 제안

    아코메야의 콘셉트는 “쌀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삶을 연출하는 라이프스타일숍이다. 일본의 좋은 상품들을 발굴해 손님들에게 복을 나눠준다”라는 슬로건으로 타사와의 차별화를 도모한다. 아코메야의 사업부장 다카이 노부오 씨는 아코메야의 스타트를 이렇게 설명한다.




    ■ 사진설명 : 긴자본점 1층 쌀 매장




    ■ 사진설명 : 긴자본점 2층 잡화코너, 다양한 식기들과 주방용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 사진설명 : 긴자본점 아코메야 주방 모습

    사자비리그의 창시자 스즈키 리쿠조 씨가 1981년에 애프터눈티를 일본에 처음 들여와 오픈했으며, 당시 티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들에게 대대적인 인기를 얻어 엄청난 붐이 일었다.

    이후에 가방 브랜드 「SAZABI」를 론칭한 것이 사자비리그의 시작인데 아코메야는 이 애프터눈티에 이어 라이프스타일을 전달하는 브랜드로써 론칭한 일본 버전이다. 음식과 잡화, 레스토랑을 함께 두고 일본의 삶과 사람들의 일상 삶을 ‘식(食)’을 통해서 제공한다.

    “이제는 상품, 물건의 시대가 아니다. 물건을 판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하기로 했다. 얼마큼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복을 나눠줄 수 있을까 하는 게 아코메야의 가장 큰 정책”이라고 말한다.

    일본 문화를 중심으로 물건이라는 형식의 제안에서 마음가짐, 삶의 제안으로 현재 일본인의 일상생활에서 감동을 줄 수 있는 테마로 일상에 있는 순수하고 심플한 감동을 주는 장으로 거듭나기 위함을 목표로 한다.

    특히 여성에 인기 “좀 더 좋은 것 먹고 싶다”

    이왕이면 조금 더 맛있고 조금 더 멋지고 스타일리시한 상품을 갖고 싶어 하는 여성들에게 지지받고 있는데 아름다운 식기들은 물론 볼거리가 많아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아이템들이 많다.




    ■ 사진설명 : 아코메야 도쿄 루미네 오미야점




    ■ 사진설명 : 뉴우먼 신주쿠 아코메아 도쿄점

    도자기 등 식기나 유명한 작가들의 그릇은 물론 일본 술, 과자, 식품, 조리도구, 생활 잡화, 패션 잡화, 스테이셔너리, 서적, 화장품, 식물까지 아주 풍부한 아이템을 보여준다.

    기다리는 동안 매장을 둘러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전국 각지에서 바이어가 엄선한 수많은 데일리 음식 관련 상품들은 통일된 콘셉트로 잘 구성돼 있다. 밥과 함께 먹거나 밥에 뿌려 먹는 ‘고항노 토모(밥과 함께)’라는 시리즈도 많은 종류가 있다.





    보통 슈퍼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상품이나 일본 각 지역의 토산품까지 아코메야의 선반에 놓여 있어 보고 고르는 즐거움이 크다. 바이어들도 그냥 좋은 음식,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해서 사입하기보다 매주 일본 각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좀 더 그 지역의 맛있는 음식, 엄선된 좋은 물건을 직접 방문해서 찾아다니면서 발굴해 매장에 데뷔시킨다. 좋은 음식이나 상품을 더욱 많은 고객에게 나눠 준다는 가치관이 이들의 강점이자 동기부여다.

    사계절과 24절기, 52주 MD로 프로모션 실행

    매장 MD 구성은 기본적으로 사계절에 맞게 구성한다. 1월1일 설날부터 시작해서 입춘 전날(절분), 밸런타인데이, 벚꽃 개화처럼 계절과 이벤트 시기, 날씨, 절기까지 생각해 그 시기에 맞게 연간 플랜을 짜고 공유한 후에 매장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기획한다.

    흔히 패션 쪽에서 52주 MD 전략을 얘기하는데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프로모션 등을 준비한다. 쌀은 신선하게 보존하는 방법이 중요해 적은 양의 쌀을 구입할 수도 있다. 스타일리시한 포장지는 선물용으로도 적합한 아름다운 디자인이다.




    ■ 사진설명 : 아코메야 도쿄 브랜드 이미지

    일본 각 지역에서 나오는 쌀의 특징을 살려 손님이 어떤 쌀을 좋아하는지 취향에 맞게 고르고 문의해서 구입할 수도 있다. 각 지역에서 나오는 유명한 쌀의 포지셔닝 맵까지 제안한다. 주문한 다음에 정미하는 쌀도 인기다. 주문에 따라 소량 사이즈로도 판매하는데 현미 1㎏을 주문한 경우 현미와 백미 사이의 쌀 정미 방법(3부 찧기, 5부 찧기, 7부 찧기)까지 골라서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다(쌀 정미는 긴자 본점, 신주쿠 뉴우먼점만 가능).

    매일 만석, 줄 서서 기다리는 ‘아코메야 주방’

    도시락통이나 젓가락 등도 인기 아이템이라고 한다. 조금 가격대는 높지만 내추럴한 소재의 대나무 소재 도시락통은 물론 일본의 장인 기술도 함께 전달하는 아이템이다.

    또 긴자 1호점 1층 한쪽에는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 코너 ‘아코메야 주방’이 있다. 매일 점심은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고 디저트 타임도 있다. 일본의 전통적인 음식과 신선한 제철 음식으로 준비한 메뉴들은 보기만 해도 아름답고 먹음직스럽다.

    저녁 식사와 3층에는 단체 손님까지 커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전국 각지에서 엄선된 건강한 재료들로 연구한 메뉴로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앞으로는 좀 더 캐주얼한 식사를 제공할 매장도 오픈 예정이라고 한다. 점점 오리지널 상품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아코메야 오리지널 커피도 인기이며 선물용 미니 케이크나 쿠키, 다시(국물) 시리즈도 풍부하다. 패키지는 물론 김이나 쌀을 보관하는 통에는 아코메야의 상징인 참새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잡화 쪽도 오리지널 상품을 늘려 가고 있는데 셀렉트뿐만 아니라 사자비리그만의 축적된 노하우와 기획력으로 고객과 소통하면서 오리지널 상품을 늘려 수익을 확보하는 것도 중시한다.

    오리지널 상품 & 선물 수요 확대 수익 창출

    셀렉트한 상품과 메뉴 개발 후 판별은 프렌치 레스토랑의 선구자 기하치 구마가이*씨가 최종적으로 감수한다. 이는 사자비리그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스템이기도 한데 그는 사자비리그에서 전개하는 기하치(KIHACHI)라는 레스토랑 겸 카페의 창업자다.




    ■ 사진설명 : 아코메야 주방음식

    상품 판매와 음식 서비스뿐만 아니라 이벤트 기획도 활발히 진행한다. 정기적으로 체험을 테마로 한 이벤트나 워크숍을 진행하는데, 예를 들어 전통적인 칠기 그릇을 만드는 기법으로 크리에이티브 작가들과 장인들이 콜래보레이션해서 만든 브랜드로 평상시에도 쓸 수 있게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킨 상품들도 소개한다.

    에도시대부터 사랑받아 온 전통 공예품 ‘고슈인덴’이라는 사슴 가죽에 옻칠을 해서 인감집이나 지갑 등에 ‘사업 번창’이라는 의미를 가진 상품들을 보여주는 기획전을 펼치기도 했다. 매장을 보면 이렇게 하나하나 스토리를 갖고 있는 상품들이 많고 작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아이템들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간다.

    전통 기법 + 현대적 감각 + 체험 통한 브랜딩

    전통적인 기법들과 융합해 간단한 키트 세트 등 소비자들이 직접 만들어 가면서 그 안에서 재미를 찾고 자신만의 상품으로 만들어 가기도 한다.

    최근 주말에는 오가닉 타월과 함께 1901년부터 실을 만들어 온 교토에서 활약하는 노점포와 함께 자수를 배울 수 있는 워크숍을 열었다.

    다카이 부장은 한결같이 이 부분을 강조했다. “일본인들의 삶, 일본의 전통 문화를 살리는 일, 즉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제공한다.” 오리지널 상품 개발이나 좋은 상품과 물건을 볼 수 있고 판별할 수 있는 바이어의 축적된 노하우로 레스토랑(아코메야 주방)에서 직접 고객을 접하면서 제안할 수 있는 기회까지 갖는다는 것은 리테일의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음식을 제공하면 고객과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고 고객의 의견도 직접 들을 수 있다. 아코메야 매장을 안내받으면서 특이하다고 느낀 점은 상품을 메인으로 진열한 곳에 ‘고객 앙케트를 통해서 기획한 이벤트’라는 부분이다.

    직접 접한 고객 의견 반영 상품과 매장 구성

    홈페이지에도 앙케트 코너가 있다. 다른 리테일 브랜드보다 고객의 소리를 듣고 의견을 반영해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고 팬층을 만들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 요소들이 많이 보인다. 지난 1971년 애프터눈티를 일본에 처음 들여와 지금까지 쌓은 약 47년의 노하우를 살려 이제는 일본 스타일로 개량 • 개선해 자국의 전통을 지키면서 발전시킨 형태로 브랜딩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 사진설명 : 닛케이MJ 신문 참고자료

    근래 일본의 ‘메이드 인 재팬’ 붐은 이렇게 점점 더 자신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아코메야 입장에서도 일본 국내에 수많은 경쟁자들이 생겼다. 5년 차에 들어선 아코메야가 과연 애프터눈티의 일본 버전으로 계속 성공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일본 리테일의 힘이자 이들이 꾸준히 개선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모습 또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관심을 모은다. 리테일의 이상적인 모습을 떠올리며 이들의 도전에 또 다시 박수를 보낸다.


    *기하치 구마가이 누구?
    사자비리그가 운영하는 기하치(KIHACHI)의 창업자. 파리의 ‘맥심’ 과 ‘파 비욘 로얄’에서 경험을 쌓고 그 당시 조엘 로 부숑 씨가 주도한 ‘호텔 콩코드 라파예트’에서 섹션 요리사를 맡음. 프랑스의 아르파종(Arpajon) 요리 대회에서 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수상 경력이 있는 일본의 프랑스 요리 대가. 전일본요리사협회 최고 기술 고문. 일본 푸드 코디네이터 협회 고문.

    Banner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