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창조? 정답 어디에…’

    sunny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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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4.25조회수 8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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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케팅? 창조? 정답 어디에…


    “제
    가 어린 소녀였을 적에는 쿠튀르 쇼들이 3개월간 진행됐죠.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다른 것이 돼 버렸어요.” 미국 CFDA의 대표인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가 최근 CFDA와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이 내놓은 연구 자료에 대해서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첨단 컴퓨터와 통신 기기의 발달로 사람들은 이제 손안에 들어온 디바이스로 모든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됐고 이에 따라 패션에서도 여러 가지 요소가 소용돌이치면서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세계 여러 패션 거물과 회사들이 지금껏 수십년 동안 해 온 방식을 버리고 디자인, 생산, 판매의 모든 절차와 순서를 변경하는 등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 이 중에 크게 미국 &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상반되는 경향이 나타나 많은 논란을 일으킨다.

    미국의 경우, CFDA가 지난해 12월부터 패션업계의 변화에 대해 연구/조사를 시작, 올해 3월 내놓은 보고서에서는 크게 두 가지 모델, 즉 크게 ‘인-시즌(in-season)’ 모델(봄 컬렉션이면 봄이 시작하기 바로 전인 2월에 제품들을 선보이는 소비자 중심의 방법)과 ‘하이브리드(hybrid)’ 모델(스케줄은 지금과 같게 유지하지만 바로 판매할 수 있는 캡슐 컬렉션을 따로 만드는 패션업계 중심의 방법)이 있으며 브랜드마다 이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기반으로 삼아 컬렉션을 진행해 보라고 제안했다.

    패션, ‘인-시즌 VS 하이브리드’ 기로에 서다
    그렇게 함으로써 브랜드들이 얻는 큰 장점은 제품들이 더 오랫동안 할인되지 않은 가격으로 팔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을, 이미 오래전에 공개된 것이 아닌 바로 며칠 전에 출시된 제품들을 손안에 쥘 수 있다. 예를 들면 지난 2월12일 「레베카밍코프」는 #SeeBuyWear라는 캠페인으로 보고, 사고, 입으라는 타이틀의 패션쇼를 열었다.

    모든 스타일이 파스텔 톤의 실크 재질로 된 봄/여름 컬렉션이었다. 이 옷들은 그날 쇼의 마무리와 함께 모든 매장(플래그십 스토어 외에 삭스피프스애비뉴, 샵밥 등)에서 판매가 시작됐고, 이는 「레베카밍코프」 역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디자이너들이 두 개의 컬렉션을 동시에 구상하고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실행 계획적으로 부담이 올 수 있고, 창의성 면에서 혼돈이 올 수도 있다.

    소비자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바로 구매 가능한 컬렉션을 내놓지만 실질적으로 이 방식은 브랜드 집중적 솔루션이다. 요 근래에 점점 늘어나는 ‘현장 직구’ 또는 ‘in-season’ 방식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고객들이 컬렉션을 기다리는 것에 이미 익숙해 있으며 현장 직구 모델로는 디자인 중심이어야 할 옷이 마케팅 중심이 돼 버린다고 비난한다.



    「레베카밍코프」, ‘씨바이웨어’ 캠페인 패션쇼
    이 모델들의 가장 큰 단점은 디자이너들이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 옷을 생산해 두어야 해 금융 면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방법은 자금력이 부족하고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에 적합하지 못하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경우 전통적인 방식으로 패션업계를 유지하자는 주장이 많다. 지난 3월7일 밀라노패션위크 중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안패션체임버(Italian Fashion Chamber)의 대표 카를로 카파사는 패션업계의 미래가 ‘빠른 vs. 느린(fast vs. slow) 패션’의 게임이 돼가고 있다며 “이탈리아의 패션은 욕망을 이끌어 내는 영혼을 가졌지만 빠른 패션은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킬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새로운 패션 혁신을 개발하는 데는 고객들이 그것을 흡수하고 확실히 이해하기에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새로운 패션을 모두에게 내놓는 패션쇼와 매장에 옷이 도착하는 시간적 간격은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디자인 중심? 마케팅 중심? 선택해야
    그의 동료인 이탈리안패션체임버 명예회장 마리오 보셀리는 “뉴욕은 항상 마케팅과 브랜딩의 세상이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는 만들고 창조하는 것에 항상 집중해 왔다”면서 소비자들이 기다리지 못하게 된다면 어쩌느냐는 질문에 “세상은 넓고 의견은 많다”고 답했다.

    한편 프랑스 패션의 최고 조직인 파리의상조합협회에서도 마찬가지의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WWD의 보도에 따르면 파리의상조합협회의 회장 랄프 톨레다노는 인터뷰 중 프랑스의 고객들은 박학다식해 패션 시스템을 이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카파사와 같이 고객들은 기다릴 수 있으며 오히려 그 기다리는 기간이 욕망을 키운다고 했다. 이 밖에 「디오르」 「생로랑」 「에르메스」 등의 럭셔리 브랜드 경영자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고객은 몇 개월씩 기다리는 데 익숙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패션계의 가장 큰 기둥 칼 라거펠트는 어떤 의견을 내놓았을까? 그가 밀라노패션위크 동안 「펜디」 쇼 백스테이지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정말 엉망이다. 「펜디」처럼 세계에 매장이 300개나 있는 브랜드들마저 옷을 만든 즉시 보여 주고 판매하는 등 어떻게든 빨리 진행을 할 수는 있겠지만 어려움을 겪을 텐데, 매장조차 없는 작은 브랜드들은 어떻게 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큰 곤란을 겪을 것이다.”

    뉴욕은 마케팅 브랜딩 중심, 유럽은 창조 집중
    대체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나오는 의견들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말은 항상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그는 완전히 ‘현장 직구’ 방식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은 항상 변화한다.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린 이 변화들을 따라가야만 한다. 이를테면 인터넷과 같은 것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어 “「샤넬」은 벌써 6개의 컬렉션을 매년 내놓는다. 따로 캡슐도 만든다.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미리 선보이지 않고 그냥 바로 시장에 내놓는다. 생산된 그날 바로 매장에 서류와 함께 배달된다. 지금 이야기하기엔 이르지만 나는 또 다른 것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넷만을 위한 컬렉션을….”

    이게 정답이 아닐까 싶다. 여러 방법이 공존하는 세상.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 미국에서 아무리 많은 브랜드가 ‘현장 직구’ 방법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해도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고,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도 ‘현장 직구’ 모델로 넘어간 브랜드(「베트멍」)가 있으며 하이브리드 모델도 생겨나고 있다(「샤넬」 「프라다」 등). 당분간은 이 모델들이 혼재한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발견해 내는 기간이 될 것이고, 또 다른 기술의 발달과 소비자들의 욕구에 따라 어떤 변화들이 생길지를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뉴욕 현지에서 윤소원(Sowon Yoon) 리포터 sgnllc@gmail.com


    **패션비즈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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