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틀랜드, 英 최대 스포츠 기업 도약
연매출 10조5600억 규모… 11개 브랜드 운영

정해순 객원기자 (haesoon@styleintelligence.com)|23.08.14 ∙ 조회수 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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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도’ ‘버그하우스’ ‘엘레세’ 등 십여 개의 브랜드를 소유한 펜틀랜드(Pentland Group Ltd)는 연매출 10조5600억원을 기록하는 영국의 No1 스포츠 · 아웃도어 · 라이프스타일 의류 그룹이다. 또 스포츠 및 아웃도어 편집매장체인 ‘JD스포츠(JD Sports)’의 주요 지분(52%)을 소유하는 등 펜틀랜드는 영국 내 스포츠와 아웃도어 부문의 홀세일 및 리테일 채널을 장악하고 있다.

펜틀랜드는 1930년대 창립한 이후 현재는 창립자의 2세와 3세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가족경영 기업이다. 2세 경영인, 스티븐 루빈(Stephen Rubin)이 흔들리던 사업을 이어받아서 현재의 펜틀랜드로 키웠는데 그 비결은 다양한 투자였다. 벤처자본회사처럼 다양한 M&A를 통해 재정을 확보한 후 여러 브랜드를 인수해서 현재의 멀티 브랜드 기업을 만들었다. 특히 1980년대 ‘리복(Reebok USA)’을 인수해서 10년 후 1만 배의 가격으로 매각한 것은 루빈의 투자 안목과 능력을 보여주는 전설로 남아 있다.

펜틀랜드는 현재 11개 브랜드를 190개국에 홀세일과 리테일로 판매하고 있으며 6만8000명을 고용한 대형그룹이다. 그럼에도 펜틀랜드는 대외적으로 크게 알려진 바가 없다. 이처럼 조용히 내실을 다지는 보수적인 펜틀랜드의 기업문화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브랜딩을 적극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2032년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펜틀랜드는 지속가능성과 디지털 우선 전략으로 젊은 소비자들 관심 끌기에 집중하고 있다.

리버풀에서 신발가게로 시작, 창립 90년 된 기업

펜틀랜드의 시작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유럽에서 영국으로 이민 온 루빈 부부(Berko Rubin, Minnie Rubin)가 1932년 영국 북부의 리버풀 지역에 신발을 파는 소규모 사업(Liverpool Shoe Company)을 시작됐다. 당시 친지로부터 모은 160만원(현재 가치 약 1450만원)을 자본으로 매장을 오픈했다.

이후 1940년대에는 신발제조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1964년에는 홍콩에 오피스를 오픈하고 아시아에서 신발을 소싱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개의 신발기업을 인수해서 사업의 규모를 늘렸으며, 여성 · 남성 · 아동은 물론 포멀에서 스포츠화까지 신발 범위를 넓혔다.

경영 2세인 스티븐 루빈이 사업에 합류한 후 1973년 회사의 이름을 펜틀랜드(Pentland Industries Ltd)로 바꾸고 본격적인 변화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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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전문가’ 리복 인수 10년 만에 1만 배 성공

투자는 펜틀랜드의 DNA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티븐 루빈은 신발사업을 계속하면서 펜틀랜드를 일종의 벤처캐피털리스트의 형태로 변환시켰다. 1970년대부터 다양한 사업을 인수하고 또 매각하면서 그 이익으로 스케이트보드, 신발, 핸드백, 러기지, 스포츠웨어 등을 론칭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인수했다. 이처럼 투자를 통해 브랜드 인수를 펀딩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이익을 만들어 내는 소스를 개발한 것이다.

특히 리복 투자의 성공은 오늘날의 펜틀랜드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1981년 펜틀랜드는 당시 고전 중이던 리복USA의 지분 55.5%를 9980만원에 인수한 후 리복 사업의 회복을 위해 스티븐 루빈이 3년간 리복USA의 체어맨으로 일했다. 그는 극동 지역 소싱전략과 새로운 마케팅을 실시했으며 때마침 불어 닥친 에어로빅의 붐과 함께 리복의 밝은 컬러와 패셔너블한 스타일은 미국 신발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불과 몇 년 만에 매출이 20배나 뛰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결국 1991년 펜틀랜드는 리복의 지분을 9900억원에 매각함으로써 10년 만에 1만 배의 투자수익을 얻었으며 이는 두고두고 언급되는 펜틀랜드의 전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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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적인 인수와 매각으로 펜틀랜드그룹 형성

펜틀랜드는 리복 매각 후 넉넉한 재정을 바탕으로 일련의 브랜드를 인수했다. 1990년대 펜틀랜드는 스피도(1991), 버그하우스(1993), 엘레세(1994), 레드오데드(1995), 캥가루스(KangaROOS, 1995), 마이터(Mitre Sports International) 등 주요 브랜드를 인수했으며 라코스테 신발을 글로벌 라이선스(1991)로 론칭했다.

이 외에도 여러 개의 다른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던 펜틀랜드는 1990년대 후반 스포츠어패럴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스포츠를 위한 의류, 용품, 신발, 스포티한 의류 등 차세대를 위한 브랜드만을 남기고 다른 사업(Brasher, Main Woods, Moda Prima 등)은 모두 처분하면서 현재의 펜틀랜드 모습을 갖췄다.

JV 라코스테 신발 포함 11개 브랜드 운영

21세기 들어와서도 펜틀랜드의 브랜드 인수는 계속됐다. 럭비 브랜드인 캔터베리(Canterbury of New Zealand, 2012), 캐주얼 스니커즈 브랜드인 시비스(SeaVees, 2017), 사이클링 의류 및 잡화인 엔듀라(Endura, 2018) 등을 추가로 인수해서 스포츠그룹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현재 펜틀랜드의 11개 브랜드 중 9개는 100% 펜틀랜드 소유이며 키커스(Kickers)는 라이선스, 라코스테 신발(Lacoste Chaussures)은 조인트벤처로 운영된다.

프랑스 신발 브랜드인 키커스는 1980년대 이후 약 40년간 펜틀랜드가 영국 라이선시로 운영 중인데 그동안 영국의 팝뮤직과 연계되는 정통성 있는 신발 브랜드로 포지셔닝했을 뿐 아니라 현재는 영국의 학생화(초 · 중 · 고)로 유명해서 판매 볼륨이 엄청나다. 이제는 신발뿐만 아니라 여성과 남성을 위한 캐주얼웨어로도 확장했다. 20여 년간 라코스테의 신발 부문 글로벌 라이선시였던 펜틀랜드는 2018년 라코스테 본사와 50:50으로 라코스테 신발의 조인트벤처를 결성했으며 현재 여성과 남성 부문을 진행하며 라코스테 메인 사이트에 신발 상품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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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틀랜드그룹, 혁신 위한 노력과 개발에 앞장

버그하우스는 기능성 소재인 고어텍스를 1977년 유럽 최초로 사용한 것은 물론 스피도는 아쿠아랩을 통해 혁신적인 경기용 수영복을 개발하는 등 펜틀랜드는 주요 스포츠 및 아웃도어 브랜드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06년 퀸즈어워드(펜틀랜드의 혁신에 대한 공로)를 비롯해서 2022년 ISPO 어워드(버그하우스의 MTN Guide Hyper Alpha Jacket, 가볍고 발한되는 방수 재킷) 등 여러 개의 상을 받았다.

버그하우스는 액티비티별로 특정 테크놀로지를 도입한 상품을 제공하는데 이는 대부분 인하우스에서 개발한 테크놀로지다. 영구방향 소재인 아젠티움(Argentium), 백팩과 착용자의 피부 사이에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하는 백팩시스템인 프리플로(Freeflow), 방수와 발한이 동시에 되는 코팅시스템(AQ2.5) 등이 그중 일부다. 또한 럭비 브랜드인 캔터베리 역시 경기력을 높일 수 있는 테크니컬한 상품을 제공하는데, 특히 3D(body mapping)를 통한 핏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럭비유니폼과 2015 엘리트가 유명하다.

스피도의 아쿠아랩은 혁신의 산실로서 수영선수들의 기록 향상을 위한 소재인 패스트스킨(Fastskin) 시리즈는 올림픽 선수들에게 수많은 메달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한 벌에 70만원이 넘는(여성용 Fastskin LZR Pure Intent) 상품으로 매출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2021년 6월에는 패스트스킨4.0을 소개했는데, 이는 2040년 수영복은 어떤 것일지에 대한 브랜드의 비전이다. 패스트스킨4.0은 수영 경기 기록을 4%나 향상할 수 있다고 예측되는 등 아쿠아랩은 스포츠에서 혁신의 경계를 끊임없이 허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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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채널인 JD그룹에 투자 강화 ‘상호보완’

지난 1999년 펜틀랜드는 장기적인 투자를 지향한다고 발표한 후 2005년에 JD스포츠의 주요 지분을 인수했다. 이는 전략적 인수라고 볼 수 있는데 두 기업의 사업이 상호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펜틀랜드는 본질적으로 브랜드사업으로서 리테일러에 홀세일하는 것을 지향한다. JD는 멀티 브랜드를 편집해서 판매하는 리테일러다.

결국 스포츠와 아웃도어라는 같은 부문에서 펜틀랜드는 JD에 브랜드의 소스가 되며 펜틀랜드는 3400개의 매장을 보유한 대형 바이어, JD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버그하우 · 엘레세 · 스피도 · 키커스 · 라코스테 · 버그하우스 · 마이터 등의 펜틀랜드 브랜드들은 JD 스포츠 · 블랙스(Blacks) · 고아웃도어(Go Outdoor) 등의 JD 그룹 내 온 · 오프 리테일 채널을 통해서 유통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펜틀랜드는 그룹과 오너(루빈 패밀리) 차원에서 인권 및 기업의 책임감 부분에 여러모로 연계하고 있으며 스티븐 루빈은 사업과 인권 향상에 대한 기여로 영국 여왕으로부터 훈장(OBE, Offic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을 받았다. 또한 루빈 패밀리의 지원으로 교육기관(Lancaster University Management School)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초학문적 리서치를 위한 센터(Pentland Centre for Sustainability in Business)를 2015년 론칭했다.

팬데믹 이후 코어 브랜드 집중 & 디지털 강화

2021년을 기점으로 지속가능성의 어젠다는 펜틀랜드의 주요 이슈가 됐다. 그룹 내 브랜드들이 긍정적인 사업전략을 가속화하고 인간과 지구를 위한 실천을 제공한다는 미션으로 포지티브 비즈니스 다이렉터(Sara Brennan)를 신설했으며 2021년 11월에는 펜틀랜드의 지속가능성 전략(100-1-0)을 발표했다. 이는 선익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고 펜틀랜드를 위해 일하는 커뮤니티의 삶을 향상하는 동시에 지속가능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다. 2021년 이후 지속가능성 리포트(Positive Business Report)를 발행하고 있는데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32년까지 넷 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록다운은 펜틀랜드에 전략적 전환점이 됐다. 우선 펜틀랜드는 브랜드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한다는 측면에서 코어 브랜드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이너 브랜드를 중단했다. 2020년 7월 남성용 스니커즈 브랜드인 박스프레시(Boxfresh)의 휴식을 결정했는데 박스프레시는 1989년 론칭한 영국 브랜드로 펜틀랜드가 2005년 인수해서 운영해 왔다.

또한 펜틀랜드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이커머스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이커머스의 물류인프라를 대여하는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인 THG(The Hut Group)와 파트너십을 통해 그룹 내 브랜드들의 이머커스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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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2년 넷제로 목표, 미션은 MZ세대 공략

지난해 2월에는 홀세일을 지원하는 이커머스 B2B 플랫폼인 펜틀랜드커넥트(Pentland Connect)를 론칭했다. 이를 통해 수천 개의 편집매장은 펜틀랜드 브랜드들의 컬렉션을 온라인으로 홀세일 오더할 수 있다. 웹사이트를 통해서 상품을 브라우징하고 재고상황을 확인할 수 있으며 신상품은 물론 할인 정보도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펜틀랜드커넥트는 마이터를 시작으로 캔터베리, 스피도, 버그하우스, 키커스 등으로 확대됐으며 유럽과 미국의 홀세일 고객에게 제공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일어난 또 하나의 변화는 바로 젊은 고객을 향한 마케팅의 증가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펜틀랜드는 MZ세대와의 유대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그룹 차원의 노력으로 지난해 엘레세의 광고캠페인(#BeBold)은 최고의 소셜전략상(Campaign Media Awards), 최고의 소셜커머스 광고상(Performance Marketing Awards), 소비자마케팅광고 동상(Media Global Festival) 등을 수상했으며 마이터는 2023년 브랜드 필름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브랜드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이제 키워드는 디지털과 소셜미디어인 만큼 펜틀랜드 브랜드들은 디지털 우선의 스토리텔링에 더욱 집중할 방침이다. 이러한 행보는 그동안 펜틀랜드 브랜드들이 젊은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한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 것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다. 성장을 가속화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MZ세대와의 연계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펜틀랜드는 아웃도어 부문(버그하우스)에서는 노스페이스처럼, 축구 부문(마이터)에서는 아디다스처럼 젊은 고객층에 어필하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8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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