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고프·블록·발레 등 '-코어' 스포츠 루킹 붐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3.04.24 ∙ 조회수 10,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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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양한 트렌드가 공존하던 때가 있었을까. 마스크 착용이 완전 해제 된 이후 그동안 꾹꾹 참아왔던 자유로운 야외 활동을 실행에 옮기는 소비자들로 인해 패션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캐주얼, 스포츠 등 운신 폭이 넓은 분야의 브랜드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테니스 라인으로 활기찬 봄 분위기를 만끽하고, 패션의 꽃 여성복은 의류부터 잡화와 액세서리까지 영역을 넓히며 쏟아져 나오는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분주하다.

그 와중에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가 세 가지 있다. 바로 'ㅁㅁ코어'룩. 아웃도어를 중심으로 한 '고프코어'와 프로팀 유니폼 레플리카 위주의 '블록코어', 올 봄 여성들의 마음에 살랑살랑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발레코어'까지 캠핑이나 백패킹, 팀 스포츠, 발레 등 특정 활동에 오리지널리티를 둔 루킹들이 눈길을 끈다. 각 룩별로 인기있는 의류 소재와 실루엣, 슈즈 디자인까지 특정돼 상당히 재미있는 시장 양상을 보이고 있다.

멋스럽고 예쁘기도 하지만 등산, 하이킹, 캠핑, 축구, 농구(슬램덩크) 등 코로나19 시기부터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얼마나 다양한 레저 활동에 관심을 가졌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거기에 곧은 자세와 탄탄한 코어 근육에 매력을 느낀 여성 소비자들은 요가, 필라테스, 짐스포츠에 이어 발레에 많은 관심을 쏟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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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농구·발레 등 다양한 레저 경험 → 패션으로 확장

먼저 고프코어(gorpcore)다. 코로나19 시절 전염 걱정이 덜한 등산의 인기가 한창 뜨거웠는데, 이 때 이 시장에 유입된 젊은 소비자들이 고프코어의 유행을 이끌었다. 고프코어는 말 그대로 캠핑이나 하이킹과 같은 아웃도어 의류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이다. 2017년 이 단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아웃도어와 일상복을 매치해 왠지 어글리하고 촌스러우면서도 묘하게 개성있는 연출법을 말했지만 최근에는 여기에 좀 더 유니크하고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적용하면서, 편안하고 실용적이면서도 어딘가 시크한 무드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고프코어 유행을 이끈 브랜드는 '살로몬'과 '아크테릭스' '노스페이스' '아식스' '뉴발란스'를 꼽을 수 있다. 어글리 슈즈의 인기를 이어받은 투박하면서도 거칠고 강한 디테일과 컬러 매치가 특징인 신발,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바람막이나 아노락, 숏다운 점퍼와 펑퍼짐한 핏에 발목을 조일 수 있는 나일론팬츠 등이 대표 아이템이다.

스노우피크어패럴의 전속모델인 류승범과 배우 류준열, 가수 송민호와 모델 겸 방송인 주우재 등이 고프코어룩을 멋스럽게 소화하는 패션 셀럽들이다. 꼭 고프코어룩이 아니어도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이 확실한 이들이 자신의 룩으로 고프코어를 소화하면서 다양한 연출법을 노출시키고, 많은 남성 소비자들이 모방하면서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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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서 ‘농놀’로 이어진 팀스포츠 인기 '레플리카' 판매 UP

팀 스포츠 유니폼을 메인으로 한 블록코어(Blokecore)도 빼놓을 수 없다. 작년 11~12월을 뜨겁게 달군 카타르 월드컵부터 올 1월부터 현재까지 영화관을 꽉꽉 채우고 있는 '슬램덩크 더 퍼스트'까지. 승리를 향한 경쟁 속 멋진 스포츠맨십과 탄탄한 운동 선수들의 멋진 스타일이 연일 화제가 되면서 유니폼을 일상복에 매치해 입는 스타일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SNS에는 슬램덩크 관련 콘텐츠를 소비하는 ‘농놀(농구놀이)’라는 말이 떠올랐고, 굿즈 구매와 2차 창작물 소비부터 일본과 홍콩 굿즈숍에서 판매하는 북산과 산왕의 유니폼까지 구매하는 열정 소비층도 등장했다.

블랙핑크의 제니가 '핑크 베놈(Pink Venom)' 뮤직비디오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것은 전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해당 저지가 6시간 만에 품절된 유명한 일화도 있다. 국내에서는 걸그룹 뉴진스의 데뷔곡인 '어텐션(Attention)' 뮤직비디오가 블록코어 인기에 불을 당겼다. 파란 하늘 아래 초록 그라운드 위에 선 싱그러운 다섯 소녀의 청량하고 건강한 모습을 배가시킨 스타일이 바로 저지 유니폼이었기 때문.

박시한 유니폼을 원피스처럼 연출하거나 짧은 트랙팬츠에 니삭스와 스니커즈를 신은 모습, 타이트한 톱에 넉넉한 사이즈의 트레이닝 팬츠를 매치하거나 데님 쇼츠와 짧은 크롭 저지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스타일링 팁까지 전달하면서 많은 여성 소비자를 블록코어 소비자로 끌어모았다. 박시한 유니폼 스타일이 부담스러운 소비자에게는 레트로 유니폼 스타일이나 스웻셔츠가 인기를 얻었다. 몸에 딱 맞는 레트로 유니폼을 재해석한 상의에 카고 팬츠나 빈티지한 데님, 와이드팬츠 등을 매치해 스타일리시하게 풀어내기도 했다. 모델 벨라 하디드와 제니, 뉴진스, 송민호 등이 블록코디 스타일로 주목받았다.

블록코어 룩은 럭셔리 브랜드와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더 주목했다. 발렌시아가는 아디다스와, 구찌는 팔라스와, 팔라스는 Y-3와 만나 이색적인 유니폼 스타일의 의류와 큼직함 앰블럼 로고를 활용한 액세서리, 스포츠 양말을 변형한 니삭스 등 멋스러운 스타디움 패션을 보여줬다. 국내에서는 최근 론칭한 '피파1904'가 블록코어룩을 전면에 내걸고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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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코어 무드 속 ’카하라‘ 등 스튜디오 스포츠웨어 주목

마지막 발레코어(Balletcore). 지난해부터 빅토리아슈즈나 락피쉬, 쿠에른 등의 메리제인 슈즈가 꾸준히 인기몰이를 해왔지만 올해 이같이 강렬한 무드를 예상하지는 못했다. 전반적으로 편안해진 옷차림 속에서 낮고 편안한 메리제인 슈즈가 사랑받았지만, 특유의 페미닌하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트렌드와 상이해 의류까지 확대하기는 조금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무드를 럭셔리 브랜드 '미우미우'의 2022년 F/W 컬렉션이 반전시켰다.

무릎부터 발등까지 덮는 니트 워머와 사랑스러운 토슈즈를 연상케 하는 메리제인 슈즈에 과감한 로라이즈 플리츠 스커트와 블록코어룩을 가미한 룩이 화제를 모은 것. 블랙핑크 제니와 모델 벨라 하디드 등 패션 셀럽들이 앞다퉈 레그워머와 슈즈를 활용한 스타일링을 선보이면서 빠르게 여성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는 걸그룹 르세라핌의 일본인 멤버 카즈하가 이런 무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데뷔 전까지 프로 발레리나를 준비할 정도로 출중한 발레 실력을 자랑하던 이 멤버가 보여준 탄탄한 복근과 곧고 우아한 자세, 철저한 자기관리 등이 최근 여성 소비자들의 워너비로 각광받는 여성상 중 하나였던 것.

다양한 높낮이를 가진 메리제인 슈즈와 함께 이번 상반기부터는 발레룩의 핵심과도 같은 니트 볼레로, 튀튀 스커트를 변형한 다양한 길이의 스커트, 헤어 액세서리 등이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의류 부문에서는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브랜드는 슈즈 부문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지만, 짧고 타이트한 상의에 사랑스러운 무드의 스커트와 레그워머, 토슈즈 스타일의 신발을 매치하는 모습이 속속 보이는 중이다.

코로나19가 해제되면서 직접 일본 다이칸야마에 위치한 발레복 브랜드 '차코트(Chacott)'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찾는 소비자도 많아졌고, 필라테스 등 국내 스튜디오 스포츠웨어로 유명한 ‘카하라‘ 등이 치마와 레깅스를 조합한 하의와 광택있는 소재로 만든 발레리나 백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와 아웃도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들까지 매일매일 새로운 룩이 등장하는 최근 분위기를 반기는 양상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야외 활동과 소비심리가 함께 상승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고프코어와 블록코어가 작년과 올 상반기 패션 시장을 휩쓸었다면 이제는 여성 소비자 중심의 발레코어를 타깃으로 한 브랜드들의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우미우처럼 테니스 룩에 레그워커와 슈즈만 매치해도 러블리한 룩을 완성할 수 있어 온라인 및 캐주얼 브랜드들의 아이템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한다. [패션비즈=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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