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나이키 직접 판매 비중 강화 ... 슈즈 멀티숍 비상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19.12.30 ∙ 조회수 2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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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브랜드 '나이키'가 중간 유통망을 줄이고 직접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아마존과의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한 나이키는 최근 나이키코리아(대표 김명희)를 통해서도 온라인 편집숍 W컨셉에 벤더를 통하지 않고 입점하는 것은 물론 지역별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와 체험형 매장 등 직영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 국내 슈즈 멀티숍 레스모아는 내년 6월 말로 나이키 판매 계약을 종료하고,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알렸다. 타 브랜드 대비 고가인 나이키의 사입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키코리아는 아직 ABC마트나 슈마커 등 다른 슈즈 멀티숍과의 계약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부터 예고된 직접 판매 강화 행보가 있어 이들도 긴장하고 있는 상태라고.

사실 나이키는 물론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나 핫한 디자이너,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자체 고가 라인 상품을 제공하는 등 단순 스포츠웨어를 넘어 패션 브랜드로 진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디다스도 꾸준히 자체 온라인 판매 비중을 높이고 오프라인 판매 비중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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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벤더 유통 줄이고 직접 판매 비중 늘린다

이러한 움직임은 13년만에 교체된 나이키의 신임 CEO 존 도나호(John Donahoe)의 취임과 함께 시작됐다. '나이키맨' 마크 파커의 뒤를 이어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 CEO 활동을 시작할 존 도나호는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이자 포브스 선정 100대 기업 1위에 오른 '서비스나우'의 CEO이자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의 의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취임이 알려진 이후 한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나이키는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춰 더욱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여타 소매 업체나 플랫폼과 차별화한 시스템으로 전 세계 소비자에게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도나호 신임 CEO는 최근 도핑 논란으로 바닥에 떨어진 나이키의 명예를 회복하고, 나이키가 이전부터 추구해오던 '디지털 혁신'에 힘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나이키는 앞으로 자사의 공식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하며, 기존 파트너와 소매점 수를 대폭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더불어, 나이키의 마켓 플레이스 운영 책임자 엘리엇 힐(Elliott Hill)은 현재 나이키가 거래하는 소매 업체는 무려 3만개에 달하지만, 향후 40개의 한정된 파트너에게 집중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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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출신 신임 CEO 존 도나호, 소비자와의 직접 관계 초점!

나이키가 글로벌 최대 온라인 스토어와의 파트너십을 끊어가면서 직접 판매에 집중하는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줄이고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 본사의 손을 벗어난 다양한 유통 채널을 거치면서 지나친 할인가에 판매되는 등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는 경우를 방지하면서 '나이키 라이브' 등 체험형 직영점을 늘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것이다. 당장은 아마존이나 파트너사를 통한 매출이 줄어들더라도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이를 증명하듯 나이키의 직접 판매(D2C Direct to Consumer) 매출은 2010년 13.1%에서 꾸준히 올라 2018년 13.5%(14억 달러), 2019년(2018년 6월~2019년 5월) 31.6%(118억 달러)로 크게 뛰었다. 오는 2020년에는 총 매출의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난 블랙프라이데이를 비롯해 연말 쇼핑시즌에 디지털 매출도 38% 폭증했다. 나이키는 아마존 등에서의 판매를 줄이는 대신 자체 모바일 앱 SNKRS 등 온라인 전략을 강화하며 모바일 독자 생존 전략을 선택했다.

온라인 매출 강화 전략으로 덕분에 백화점, 할인매장 등을 거치지 않는 나이키 직접 매출은 전년대비 대폭 늘었고, 중화권 매출도 관세 부담을 딛고 23% 급성장했다. 나이키의 직접 판매 전략이 성공을 거두면 라이벌 브랜드들도 이익률을 개선하거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슈즈 멀티숍을 정리하고 직판매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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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D2C 비중 1년만에 13.5%에서 31.6%로 급증

문제는 당장 이들 글로벌 브랜드에 의존하고 있던 슈즈 멀티숍들이다. 슈즈 멀티숍들은 지난 몇 년 동안 큰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다 최근 주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이 시장의 성장세는 몇 멀티숍의 리드에 의한 것이고 그마저도 글로벌 브랜드의 히트 슈즈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의존할 수 있는 상황은 끝났다. 오랫동안 자체 브랜드(PB) 비중을 높이고 스트리트 브랜드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소형 스포츠 브랜드를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우긴 했지만 효과적으로 실현하지 못했다. 트렌드에 따라 잘 나가는 브랜드, 잘 나가는 상품에만 집중하며 가격 경쟁에 몰입한 것도 문제였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브랜딩 전략에 맞춰 매장 내 분리된 공간을 구성하고 상품을 밀어주는 것 만큼 새로운 브랜드 발굴에 힘을 쏟았다면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장 나이키의 직접 판매 정책의 변화에 따라 계약 종료를 결정하게 된 레스모아는 내년부터 대대적으로 사업을 재정비한다. 우선 오프라인 매장 수를 대폭 줄인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실적이 우수한 매장을 중심으로 효율 경영을 펼치기 위함이다. 현재 100개 이상의 점포 중 매출이 높은 곳을 제외한 30개 이상의 점포를 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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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모아 등 PB·스트리트·디자이너 브랜드 발굴 계획

이후 남은 매장을 중심으로 스프리스와 포니 등 자체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와 스트리트 신규 브랜드의 구성비를 높이고, 1020세대로 주력 타깃 소비층을 옮기며 최근 대세로 떠오른 젊은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 슈즈 멀티숍 관계자는 이런 시장 상황에 대해 "밀레니얼 소비자를 비롯한 1020 영 소비층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지는 않지만 유명 브랜드에 대한 니즈가 높은 특수한 소비층"이라며 "특히 슈즈 멀티숍의 경우 브랜드와 캐릭터가 어느정도 인지돼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그동안 차근차근 PB나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 등과의 파트너십을 쌓아오지 않은 멀티숍이라면 당장의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화가 시작된 지금부터라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콘텐츠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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