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루이자''대표
장 자크 피카르

FDN1|08.09.22 ∙ 조회수 1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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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홍콩을 대표하는 세계적 컬렉션 매장인 파리와 홍콩의 ‘마리아 루이자’ 매장 오너이자 총책임자 마리아 루이자 푸마이유와 프랑스 패션과 럭셔리 전문 컨설팅 업체 JJP 대표 장 자크 피카르.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프랑스 패션업계의 두 거두가 20년 넘게 패션업계에서 쌓은 경험과 실전에 의해 단련된 뛰어난 직관으로 현재진행형이자 미래형인 패션업계의 새로운 변화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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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데일리뉴스(FDN) : 언제부터 프랑스와 세계 패션업계 판도가 변하기 시작했다고 보는가.

마리아 루이자 푸마이유 : 미국 출신 디자이너 톰 포드가 이탈리아 패션 그룹 「구치」에서 일하면서부터라고 본다. 지금부터 10~15년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장 자크 피카르: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과 금융 자본이 패션업계에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한 지난 80년대 이후로 보고 있다. 패션은 그때부터 하나의 산업을 뛰어 넘어선 거대하고 복합적인 글로벌 비즈니스가 됐다.
푸마이유: 동의한다. 패션은 이제 단일 회사의 범주를 넘어선 거대한 마케팅 체제에 의해 시스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피카르: 그러나 패션업계의 이러한 변화는 예를 들어 프랑스의 장 콜로나나 크리스토프 르메이르 같은 재능있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치명타였다. 많은 디자이너가 프랑스에서 줄줄이 파산했다. 디자이너 혼자 맞서기에는 패션 그룹이 너무 커졌고 힘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 와중에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도태하는 혹독한 자본주의 논리 앞에 많은 디자이너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프랑스 무대에서 사라진 수많은 디자이너는 해외시장으로 빠져나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국가에서 일하며, 그쪽의 패션 관련 산업을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패션 산업에서 프랑스가 대대로 쌓아온 노하우를 유출하는 위험을 동반한다. 오늘날 이탈리아 영국 미국의 헤드 헌터들은 재능있는 인재들을 국적을 가리지 않고 발굴한다. 다행스럽게도 프랑스는 글로벌 패션시장의 메카로서 여전히 세계적인 영광을 누리고 있다.
푸마이유: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아르마니처럼 디자이너 한 명의 강한 리더십이 이끄는 세계적 패션 그룹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피카르: 이탈리아나 벨기에와 달리 프랑스가 정통 제조업과 같은 패션 관련 산업의 기반을 잃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
푸마이유: 프랑스는 상업적으로 성공적이라 할 수 없지만 패션의 정신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귀족적 태도를 늦도록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 역시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패션 산업의 합리화 추세에 편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피카르: 이제 프랑스 패션 산업을 논할 때 프랑스의 거대 패션 그룹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얘기할 수 없게 됐다.




FDN: 오늘날 세계 패션업계는 10년 전과 어떻게 다른가.

푸마이유: 미국의 9·11 테러 사건 이후 갖가지 사회 불안과 문제로 인해 디자이너들은 이제 더이상 예전처럼 사회 문제에 반하거나 찬성하는 메시지를 표명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패션에서 한동안 뚜렷했던 어떤 주제의식이 사라지고 패션이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됐다. 이제 패션은 유흥의 시대인 오늘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요즈음의 패션은 음악과 소위 유행을 선도하는 셀러브리티로 대변되는 대중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여성 소비자들은 이제 가수 비욘세 놀스나 모델 케이트 모스를 누구보다 닮고 싶어한다. 패션을 창조하는 일을 담당하는 디자이너들은 음악 전문 방송인 MTV를 보고 영감을 얻고 있다.
피카르: 오늘날은 패션 빅팀(Fashion victim: 패션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되는 것도 많이 힘이 든다. 딱할 정도이다. 현재 패션업계에는 양대 세력을 형성하는 두 가지 종류의 패션이 존재한다. 「ZARA」와 「H&M」으로 대변되는 실용적이면서도 창의적인 패션과 반대편에는 「PRADA」나 「Balenciaga」와 같은 명품 브랜드가 상징하는 무대 위의 패션이다. 많은 여성이 이와 같은 양 극단 사이에서 고가 의상과 중저가 의상을 믹스매치해 가며 유행이 지난 버버리 트렌치와 같은 빈티지 패션에 열광하는 식으로 균형과 조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로 패션계에 소위 절대 강자가 사라진 이후 모든 장르간의 새로운 시도와 조합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패션업계는 규모와 범주가 몇 배로 확장되는 결과를 맞고 있다.
푸마이유: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거대한 역설이다. ‘패셔너블하다’는 것은 이제 이전보다 덜 중요해졌지만 역설적으로 패션은 이제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
피카르: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패션 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정공법 같은 것이 사라졌다. 이제부터 새로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우리는 바야흐로 패션업계의 큰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세대간의 단절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니콜라스 게스키에르, 리카르도 티시와 같은 프랑스의 신예 디자이너들은 패션 비즈니스를 예전의 장 폴 고티에나 크리스티앙 라크루아와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존 갈리아노와 요지 야마모토와도 다르다. 그들은 패션을 의상이나 이미지로 보기보다 하나의 에너지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
푸마이유: 공감한다. 그들은 재단하는 방법도 그렇지만 모든 면에서 훨씬 더 현재 흐름에 민감하고 날카롭다. 패션쇼는 이제 더이상 브랜드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절대적인 행사가 아니다. 이제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인 수단일 뿐이다. 이런 에너지는 패션 업계에 종사하는 우리로 하여금 해당 시즌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각자의 일을 통해 선보이게 한다. 화보를 재구성하거나 쇼윈도를 꾸미거나 하는 식으로 각자 자신이 본 쇼에서 영감을 받아 매장과 브랜드를 재구성한다.
피카르: 그렇다. 패션업계의 새로운 현상으로 이제는 단순히 의상의 소개를 넘어 영화 예고편 같은 역할을 하는 신개념의 패션쇼를 꼽을 수 있다. 패션쇼는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를 꿈꾸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을 한다. 그리고 브랜드간의 스피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패션상품들은 마치 드라마가 매회 나뉘어 방영되는 것처럼 차례차례 일련의 순서에 따라 배송되고 매장에서 그때그때 새롭게 고객에게 선을 보이게 된다.
푸마이유: 의상에만 포커스를 두는 디자이너들은 이런 에너지를 간과하게 마련이다.
피카르: 이것은 오늘날 인기있는 디자이너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된다. 디자이너들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한 엄청난 압력에 시달린다. 이로 인해 이들은 불안감 때문에 자기 중심적으로 변할 위험이 높고, 주변에 자신을 칭찬해 주는 아부꾼들로 둘러 쌓이기 십상이다. 한마디로 나르시스트로 돌변할 소지가 다분하다. 패션 컨설턴트로서의 나의 역할은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이러한 착각을 과감히 깨부수게 도와주고 이들이 상큼함을 간직하되 성공적인 패션쇼나 유행하는 룩 몇 점을 내놓은 이후에 어느 순간 쥐도 새도 모르게 패션업계에서 증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들이 패션업계에서 계속적으로 순수한 흥미와 의욕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게 북돋아 주는 일을 하는 게 나의 소임이다.
푸마이유: 정말 좋은 이야기이다. 특히 우리 같은 편집 매장 입장에서는 디자이너들이 마르탱 마르지엘라처럼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도록 가슴속에 열정을 지니되 판단과 행동은 냉정할 수 있는 차가운 머리를 지녔으면 좋겠다.



FDN: 패션업계에서 오래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은 디자이너는 어떻게 판별하는가.

푸마이유: 패션업계가 합리화됐다고 말했지만 사실 아직도 첫눈에 반해 디자이너들의 옷을 사는 경우가 많다. ‘블링크’라는 책에서 저자 맬컴 골드웰이 순간적인 직관에 의한 판단이야말로 가장 정확하게 어떤 사람의 재능을 알아보게 한다고 했는데, 유망 디자이너 판별의 경우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피카르: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비합리성이 패션업계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는 것 같다.
푸마이유: 20년간 이 업계에서 종사하다 보니 디자이너가 하는 얘기만 들어도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그릇인지를 대번에 알게 된다. 이러한 식지않은 열정 덕분에 나는 최근 매우 편애하는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과 마리오 슈왑을 발굴할 수 있었다.
피카르: 나 같은 경우는 40년간의 경험으로 다듬은 직관에 크게 의존하는 편이다. 또 다른 하나는 무엇보다 변화를 수용할 줄 아는 열린 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 간 매일 아침시간을 젊은이들에게 개방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시대로부터 내가 뒤처지는 것을 방지해 준다. 3년 전 프랑스 신예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의 가능성을 믿은 것은 나와 티시 단 두 명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LVMH 그룹 회장인 베르나르 아르노가 우리에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경영 자율권을 주었다.
푸마이유: 하이더 하케르만 같은 신성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패션보다 그의 스타일에 주목하게 된다. 우리는 그와 그의 옷이 우리 고객의 체형에도 딱 들어 맞듯이 현 세대가 추구하는 이상에 잘 부합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디자인한 옷들은 묘하게도 고객이 입었을 때 고객 자신의 현재에 잘 맞는다고 생각되는 패셔너블한 모습들을 잘 보여 준다.

FDN: 소비자들이 그렇게 많이 변했다는 의미인가.

푸마이유: 그렇다. 변해도 엄청 많이 변했다. 최근의 각종 하이테크 기기 등장과 매장 호텔 공공장소 여행방식 등 우리 소비생활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이 모두 현대화되고 많이 변했다. 표면적인 유행 변화에 관심을 두지 않던 전형적인 부르주아 부부도 요즘은 디자인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피카르: 패션의 경우 소비자들은 아는 것도 많고 특히 정보 면에서 매우 앞서 있다. 또한 휴대전화를 통해 어디에서 완벽한 청바지를 찾았다는 등 소비자들이 서로 정보 교환을 매우 활발하게 한다. 솔직히 브랜드의 직간접적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미디어는 매장의 쇼윈도보다 덜 교육적인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미디어를 통한 엄청난 물량의 패션 관련 프로모션, 특히 패션의 주요 소비자인 여성들로 하여금 패션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 공헌한 바는 평가해 줘야 한다.
푸마이유: 요즘 미디어 비평가들은 디자이너들의 작업에 대한 평가 태도가 예전의 비평 일변도에 비하면 존경하고 인정하는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
피카르: 바이어나 매장 운영자의 경우 또한 미디어의 일방적인 비평이나 결정에 영향을 덜 받음에 따라 미디어의 영향에서 무척 자유로워졌다. 덕분에 이제는 오히려 바이어나 매장 운영자가 미디어 종사자보다 실질적으로 패션계 유행을 선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푸마이유: 맞는 말이다. 소비자들은 물론 앞서가는 소비자 정보를 누구보다 갈구하는 패션 업계에 직접 종사하는 많은 사람이 우리의 매장을 들락거린다.
피카르: 사람들은 ‘마리아루이자’나 ‘콜레트(Colette)’에서 어떤 디자이너의 제품을 선정해 판매하기 시작하면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푸마이유: 우리 같은 편집매장의 경우 무엇을 바잉하느냐가 우리의 개성을 나타낸다. 사실 ‘마리아루이자’ 매장의 아이템은 지나치게 유행을 타지 아니하되 패션의 최첨단에 있는 아이템을 위주로 선정한다. 백화점의 경우 상품의 포장이나 소비자들의 구매 환경 같은 요소를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독특한 개성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피카르: 오늘날에는 많은 매장이 경쟁자들과 차별화되는 제안을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들을 한다. 매장마다 남들과 차별화되고 한눈에 구별되기 위해서는 여러 면에서 무엇보다 대담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리스크 테이킹을 해야 한다.
푸마이유: 놀라운 것은 프랑스에서는 미국이나 이탈리아와 판이하게 다르게 디자이너들이 디자이너 의상 판매를 전담하는 우리에게 아무런 자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장의 상품 머천다이징이나 주문 차원에서 우리가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얼마나 많은지를 안다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FDN; 그렇기 때문에 값이 어마어마한 소위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이너의 옷을 바잉하는 것이 바로 리스크 테이킹이 아닌가.

피카르: 옷이 비싼가 비싸지 않은가는 중요하지 않다. 요즘 고객은 남녀 불문하고 패션에 원칙 또는 철학이 있기를 희망한다. 그들은 일관성 있는 원칙을 가진 회사를 상대하기 원하고, 그들의 선택에 대해서도 존중받기를 원한다. 나는 이를 가장 처음으로 정확히 이해한 회사가 바로 스웨덴의 가구회사 ‘이케아(Ikea)’라고 생각한다.
푸마이유: 그렇다. 그 일관성은 바로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온전한 세계관이다. 패션 업계에서는 「APC」 「Agnes b」 「Paul & Joe」와 같은 브랜드가 좋은 예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정한 사업은 또한 이를 이해해 주고 필요로 하는 특정한 고객층을 기반으로 성장한다.
피카르: 그러나 일관성 있는 원칙이 꼭 공정한 사업으로 요약되지는 않는다. 특히 가격의 정당성은 옷의 질, 디자인의 우수성과 구매 고객에게 적합한지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하나에 1600유로(약 260만원) 짜리 가방을 고객에게 제안할 때 그 가방은 더이상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다.
푸마이유: 그럼에도 그런 고가의 명품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 「에르메스」는 “진정한 럭셔리는 오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카르: 오래가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100년 이상 들고 다닐 것은 아니지 않은가.
푸마이유: 오늘날 고객은 발상이 특이하다고 잡동사니를 담아 두던 커다란 자기 그릇을 스탠드로 둔갑시키는 식의 상술을 바라지 않는다. 현재 패션계에는 꼬집어 말할 수는 없어도 분명히 어떤 엄격함이 존재한다.
피카르: 그렇다고 해도 요즘 같은 무한경쟁 시대에도 그러한 엄격함을 가장하고 언제라도 이를 사려는 손님이 있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손님이 우리 매장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는 것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마리아 루이자 푸마이유(MARIA-LUISA POUMAILLOU)는 지난 88년 남편 다니엘과 함께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이너들의 옷을 전문으로 다루는 편집 매장인 ‘마리아루이자’를 열었다. 그녀의 매장은 전 세계에 하나만 존재하는 유니크한 옷들과 기발한 제안으로 가득하다.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마리아 루이자만의 뛰어난 안목을 느낄 수 있다. 이제 ‘마리아루이자’ 매장은 바이어와 배우는 입장에서의 디자이너들이 꼭 들르는 순례지와 같은 곳이 됐다.





장 자크 피카르(JEAN-JACQUES PICART)는 패션 커뮤니케이션과 경영전략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턴트로, LVMH의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와 같은 거물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그는 70년대부터 재능있는 디자이너 홍보를 담당해 왔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발탁과 성공 뒤에는 그가 있다. 요즘도 그의 사무실에는 디자이너, CEO, 미디어 종사자 등 패션업계의 중요한 인물들이 모두 모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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