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컬렉션 갈림길에 서다(?)

    son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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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01.11조회수 6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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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프레스와 바이어의 발길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글로벌 무대로 성장하기까지 패션계와 디자이너들의
    각성과 노력은 매우 필요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준 제33회 서울컬렉션. 바이어 증가와 해외 프레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는 데서 변화의 움직임을 읽을 수는 있으나, 방송매체의 객관적인 태도와 디자이너들의 책임 있는 고민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올해도 서울컬렉션이 치러졌다. 제33회 서울컬렉션은 ‘별 다를 것 없는’ 의례적인 행사로 막을 내렸다. 한국패션협회와 산업자원부 소속 서울패션디자인센터의 공동 운영에 따른 여러 문제점은 올해도 큰 해결책 없이 진행됐고 열흘에 걸친 ‘대장정’은 변함없이 62인의 디자이너 무대로 ‘꽉’ 채워졌다.

    여전히 컬렉션의 질적인 논의가 이어졌다. 컬렉션을 지켜본 관계자와 기자, 심지어 디자이너 일각에서도 컨셉 없고 방향성 모호한 서울컬렉션에 대한 질책의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 컬렉션의 카피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해외 컬렉션 기간과 동일하게 쇼를 진행해야 한다는 충고의 목소리도 제안된 상황이다. 이번 컬렉션은 충분히 의도하지 않은 ‘참고’가 가능한 시점에 시행됐지만 카피는 고사하고 글로벌 트렌드도 반영되지 않은, 각자 디자이너 타성에 젖은 쇼가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는 혹평도 쏟아졌다.



    연예인-디자이너, 취재 ‘주객전도’

    쇼를 찾는 프레스의 발길도 뜸했다. 관객 수도 줄어든 것이 확연히 눈에 띄었다. 해외 바이어와 프레스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었다. 특히 올해 해외 프레스가 눈에 띄는 것이 반갑기는 했다. 하지만 그 인기 있다던 SFAA 컬렉션도 예년 1천명이 넘던 관객들이 7백~8백명 선으로 뚝 떨어진 것이 한 눈에 보여 아쉽기만 했다.

    물론 짚어보아야 할 것 중 프레스의 취재 태도도 해당된다. 프레스 취재 열기는 디자이너의 인지도보다 연예인의 등장이 좌지우지하기 시작한 지 오래다. 그래서 신인 디자이너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연예인들을 모델 혹은 VIP로 모셔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빚어지기까지 한다. 한 신인 디자이너는 “컬렉션을 평가받기 위해서는 많은 기자의 취재가 필요한데 그들의 발길을 끌어올 수 있는 것은 결국 연예인뿐이어서 엄청난 몸값과 선물(?)의 요구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뉴욕 컬렉션에서는 美 보그 편집장이자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중 한명인 애나 윈투어가 입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쇼가 한 시간 이상 지체되는 경우도 있었다고는 하지만 연예인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백명의 관객들이 삼십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경우가 당연한 듯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국내 컬렉션의 진행상 문제도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서울컬렉션이 엄청난 위기에 봉착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건재한 인기 있는 컬렉션도 많았다. 또한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확고히 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는 성실한 무대, 글로벌 무대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스타일이 세련되게 다듬어진 베테랑들의 컬렉션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별들의 향연이라 불리는 지춘희 컬렉션은 여전히 프레스조차 발을 들여놓기 힘들 정도로 호황이었다. 장광효 김서룡 송지오 정욱준 등 파워풀한 남성복 컬렉션은 완성도 높은 연출과 디자이너들의 오리지널리티가 완벽히 조화된 성숙한 무대를 선보였다. 남성복 컬렉션을 독립시키자는 움직임이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님을 증명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베테랑 무대, 서울컬렉션 존재 이유

    또한 지난 파리 프레타포르테를 통해 한글을 모티브로 수준 높은 의상들을 선보인 이상봉 컬렉션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꾸준히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강기옥 컬렉션도 이번 서울컬렉션에서 눈길을 끌었던 무대로 이름을 올렸다. 반가운 신인들의 무대도 많았다. 하지만 한번에 확 눈길을 끄는 컬렉션이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해 데뷔해 아직 신인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디자이너 손성근의 컬렉션은 이번 서울컬렉션의 핫이슈이기도 했다. 남성복 패턴에서 모티브를 따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다든가, 다양한 패턴의 변화로 재미를 줘 이번 시즌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극적인 요소를 활용한 점은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틱한 의상의 표현들은 모델의 워킹과 분장, 연출과 어우러져 프레스들 사이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쇼로 강한 인상을 심었다.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준 2007년 S/S시즌 서울컬렉션. 서울시와 패션협회의 노력으로 바이어들의 수주 성과 또한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가까운 일본에서부터 멀리 유럽까지 프레스의 관심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는 데서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노력은 엿보인다. 하지만 고민 없는 디자이너들의 시간 채우기식 컬렉션은 정리되어야 할 것이며 역량 있는 신진 디자이너의 발굴과 등장이라는 숙제 또한 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더불어 제 길을 잘 찾아 가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서울컬렉션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그들의 만족도를 채워주는 상호간의 질적 성장에 대한 노력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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